고경죄6 : 대구에 대한 애증 - 김동춘 경패


대구에 대한 애증(愛憎)
추억담긴 정든 대구, '보수의 아성' 이미지로 멀게만 느껴져

2002.12.05 11:18

이 글은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가 모교인 대구 계성고 문학동인지 <계성문학>에 기고한 것으로, 계성고 64회 동기생 사이트(http://64.keisung.or.kr) '모교방문' 코너에도 실려 있습니다. 진보적 사회학자로 평가되고 있는 김 교수는 학창시절을 대구에서 보냈습니다. 그러나 고향같은 대구를 떠올리면 마음이 답답하다는 김 교수의 글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됩니다. 김 교수의 양해를 얻어 '전문'을 소개합니다....<편집자 주>


나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경상도, 그리고 대구만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하다. 사랑하지만 껴안을 수 없는 상대, 마음으로는 언제나 그리워하지만 선뜻 달려갈 수 없는 고향과 같다고나 할까.

대구를 생각하면 감정과 이성이 서로 충돌하고, 이성이 감정을 억누르는 고통을 맛보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여 년 동안 대구는 나에게 그런 곳이었고, 나는 고향을 가지 못하는, 고향에서 따돌림받는 주변인이었다. 그것은 바로 지난 30년 동안 우리사회를 찢어놓은 지역주의라는 두터운 벽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지역주의는 단순히 내 고장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니라, 내 고장 출신 정치가들을 옹호하고 다른 지역출신자들을 배척하는 정치적 태도이다.

대구 경북지역의 입장에서 보면 80년대에는 주로 내 지역사람을 감싸고 지지하는 태도로 표현되었지만, 이제 내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적 상징이 사라진 90년대 중반 이후에 와서는 다른 지역 출신 정치가를 미워하는 마음으로 변질하였다.

김대중 정부 들어서서 그러한 경향이 더욱 심각해졌다. 서울에 살고 있어서 잘 알 수는 없지만, 대구 사람들을 가끔 만나거나 대구에서 들려오는 소문을 들으면 정말 말도 안되는 소문들이 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사실을 접하고 아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대중은 거의 '악'의 원천이 되었고, 유화적인 대북정책, 언론사 세무조사, 의약분업 등 나름대로의 개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현 정부의 실수나 문제점은 물론 시민단체의 낙선낙천 운동까지도 모두 김대중의 탓으로 돌려지는 것을 보았다.

'전라도 음모론'은 대구 사람들의 모든 정치적 판단력을 지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미움'과 '증오'는 물론 현정부 들어선 이후 대구 경제의 침체, 대구 경북 출신자들의 각종 인사 과정에서의 상대적 소외라는 현실이 깔려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이해해주기에 대구사람들의 김대중 증오는 위험수위를 넘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증오의 공간을 누가 가장 잘 활용할 것인가 생각해보면 그 답은 명백하다.

...좋은 일 하려고 몸부림치는 시민단체를 김대중 정부의 홍위병이라고 공격하면, 겉보기에는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처럼 들리고 지역사회의 공적이 되어버린 김대중씨를 공격함으로써 얻는 정신적 카타르시스는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세력, 양심적인 목소리는 이제 설자리를 잃게 되고 지역사회는 더욱 더 황폐화되고 '인물'은 사라질 것이다.

...이 비이성적인 지역주의, 증오의 논리에 대구, 경북 지역이 지배되면서 대구의 시민문화, 지역에 대한 진정한 자긍심과 자부심은 더욱 쇠퇴하였다고 본다면 나의 판단이 과장된 것일까? 오늘 대구에서 의병운동, 국채보상운동, 4.19의 전통에 대해 자긍심을 느끼면서 그것을 발전시키려는 사람이 있는가?

일찍이 대구 경북지역은 독립운동의 본산이었다. 안동을 비롯한 경북 지역은 전국에서 독립지사를 가장 많이 배출한 곳이다. 적어도 해방 직후까지 민족주의 사회주의 계열 할 것 없이 경북지역과 대구는 민족의 양심, 사회의 양심을 대표하는 곳이었다. 그 전통이 60년 4.19까지 연결된다. 멋있는 문인, 예술가, 사상가, 지사, 학자들이 대구에서 배출되었다. 그들은 결코 대구와 경북 지역만을 운운하며 자신의 정신 세계를 구축하지 않았다.

오늘 대구의 젊은이들 중 대구, 경북 출신의 걸출한 문인, 예술가, 사상가, 운동가들 기억하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대구와 경북은 보수적인 지역이지만 그 보수는 엄정한 원칙과 자존심으로 무장되어 있었으며, 결코 증오와 배타의 논리에 지배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오늘날 시정의 아낙네에까지 침투되어 있는 이 지역주의라는 중병은 지역에 대한 자긍심과 자존심의 내용이 없는, 아무런 방향과 원칙이 없는 생각의 찌꺼기는 아닌가?

대구는 내가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고등학교 3년이라는 극히 중요한 시기를 보낸 고향과 다름없는 곳이다. 나는 청운의 꿈을 안고 대구에 와서 계성학교에 입학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곧바로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에서 산 기간은 어언 25년이 되었지만, 대구에서의 3년은 그 이후 서울에서 살았던 기간의 1/8에 불과하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내 정신세계의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것은 10대말이라는 인생의 극히 중요하고 예민한 청소년 시기를 바로 대구에서 보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오늘의 이 편협한 지역주의가 사라진 대구, 비리 사학재단 이사장, 부패한 시장, 악덕기업주가 더 이상 지역의 대표로 행세하지 않고, 양심적인 인사, 정의롭고 소신 있는 시민,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소중히 여기는 지식인들에 의해 주도되는 대구, 그런 건강한 대구를 그리워한다. 그런 대구와 대구사람을 만나기 위해 달려가고 싶다.

( 대구에 대한 애증(愛憎), 오마이뉴스, 2002.12.05 )

*******


윗 글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나온 것이다. 참으로 2002년 당시에나 가능한 화법이다. 경상도를 어르고 달래며 경상도의 비위를 맞춰주며 태도변화를 촉구하고 있으니까. 나도 2002년에는 비슷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2014년 현재는 다르다. 막장 일베충의 등장, 종일 뉴라이트, 수구 꼴통의 득세 등으로 경상도는 모든 명분과 자격을 잃었다. 대화의 상대에서 처리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를테면 경상도는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치료해야할 상처에서 적출해야할 암세포로, 갱생의 대상에서 주변화의 대상으로, 재활용 쓰레기에서 소각하거나 매립해야할 오물이자 폐기물로 전락했다. 비록 경상도가 인구수가 많고 이미 차지한 기득권이 있어 호락호락 당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봤자 존재의 의미는 바뀌지 않는다. 경상도는 치우기에 너무 거대한 똥이자 수술하기에 너무 커진 암일 뿐이다.

김동춘은 기사에서 이렇게 썼다:

일찍이 대구 경북지역은 독립운동의 본산이었다. 안동을 비롯한 경북 지역은 전국에서 독립지사를 가장 많이 배출한 곳이다. 적어도 해방 직후까지 민족주의 사회주의 계열 할 것 없이 경북지역과 대구는 민족의 양심, 사회의 양심을 대표하는 곳이었다. 그 전통이 60년 4.19까지 연결된다. 멋있는 문인, 예술가, 사상가, 지사, 학자들이 대구에서 배출되었다. 그들은 결코 대구와 경북 지역만을 운운하며 자신의 정신 세계를 구축하지 않았다.

오늘 대구의 젊은이들 중 대구, 경북 출신의 걸출한 문인, 예술가, 사상가, 운동가들 기억하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대구와 경북은 보수적인 지역이지만 그 보수는 엄정한 원칙과 자존심으로 무장되어 있었으며, 결코 증오와 배타의 논리에 지배되지는 않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나 역시 경상도 출신으로서 자긍심과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수치, 혐오, 연민의 감정뿐이다. 박정희 이후로 경상도는 변질되었고 일베충, 종일파, 수구로 인해 경상도의 특성이 고정되었다. 일베충, 종일파, 수구를 새누리당이 껴안고 그런 새누리당을 경상도가 지지하는 순간에 경상도의 존재 의미는 결정되었다. 이런 경상도에 대한 배려는 그 착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악에 부역한다.

덧글

  • 백범 2014/07/03 23:49 # 답글

    그나마 대구경북쪽 인간들이 타지역민에 비해 남의 뒤통수는 덜 까는 편이오. 무능력하면서 똥고집만 센게 좀 흠이지...

    전라도 놈들은 극성맞고+끼리끼리 똘똘뭉치기+뒤통수+피해의식을 가졌고, 충청도놈들은 눈치 잘 보고+잔머리+통밥굴리기+간에 붙었다가 쓸개에 붙기를 잘하고...

    강원도나 제주도놈들은 미련하고 모질게 굴어서 별로임.
  • 구오스 2014/07/11 08:58 # 답글

    제 이글루에 [인종주의적 혐오발언 현황과 대책] 국회토론회 발제문 올렸습니다. 지난 월요일(7월 7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박주선 의원, 안효대 의원, 송호창 의원 공동주최로 가진 행사입니다. 좀 길기는 하지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teralux.egloos.com
  • 데젙스타 2014/08/29 03:06 # 삭제 답글

    경상도에도 이런 분이 계셨군요~ 두리뭉실 뺀질하게 어영부영 물타기하지 않고 이토록 철저하게, 확실하게 양심이 외치는 대로 진실의 소리를 내는 경상도인은 단 한 사람도 못봤습니다. 그래서 그 어떤 문디든간에 속으로는 절대로 사람 취급을 안했는데 정말 놀랍군요. 한 밤 중 우연히 들렀다 신선한 충격을 받고 갑니다. 경상도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네....
  • 백범 2014/10/24 23:21 #

    아무리 경상도가 악한들... 충청도 놈들의 매사 잔머리+눈치와 전라도놈들의 극단성+이중잣대

    제주도놈들 강원도놈들의 곰같음보다야 더 악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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