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에게 필요한 건 리더십이 아니라 팔로우십 1/n

1. 진짜 적전분열

친노를 비판하면 "적전 분열",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 "대의를 위한 희생"과 같은 말이 반사적으로 튀어 나온다. 친노의 전형적인 내로남불 중 하나이다.

친노는 자기 진영의 이익을 포기하고 대의를 위해 희생하지 않는다. 친노의 패권적 행태나 실패에 대해 비판 받으면 "야권 분열" 운운하며 '묻지 마 단결'을 강요하지만, 친노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내부의 적이 되어 비난과 저격을 일삼는다. 김근태, 정동영, 손학규, 안철수 등이 그렇게 타격을 입었다. 대의를 위한 희생은 오직 비노와 반노에게만 강요되는 미덕이다.

친노는 항상 그랬다. 지난 여러 선거에서 분명하게 드러난 사실이다. 2012년의 총선과 대선이야 아직 기억이 선명할테니 2007년 대선을 돌이켜보자.


이명박 정권의 탄생을 막으려면 방법은 딱 하나밖에 없다. 이명박이 아니라 반 이명박 진영의 후보를 당선시키는 것이다. 그렇기에 반 이명박 진영의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은 실정을 거듭해 이명박의 지지도를 올려준 것도 모자라 반 이명박 진영에서 유력 후보가 나올 때마다 밀어주기는 커녕 뒤에서 칼을 꽂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17대 대선과정에서 자신과 코드가 맞지 않는 범여권 후보자를 낙마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밀어주지 못해도 앞길은 철저히 막은 것이다.

노 전 대톨영은 범여권 후보로 거론됐던 고건 전 총리를 겨냥, ‘실패한 인사’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정운찬 당시 서울대 교수에게도 “경제 공부 좀 했다고 경제를 잘하는 게 아니다”고 평가절하했다. 그 결과 ‘능력부족’을 이유로 이들은 모두 대선출마를 포기했다. 한나라당을 탈당해 대통합신당에 참여한 손학규 후보에게도 ‘보따리 장수’ ‘범여권 후보에 포함되지 않는다’ 등의 독설을 날리며 결국 당내 경선에서 탈락시키는 데 한 몫했다.…"

( MB-MJ, 사재출연 사전 교감 나눴나, 아주경제, 2011-08-17 )


주한미국대사관이 본국에 보낸 기밀문서에 따르면, 2007년 대선 당시 노무현 정부와 친노는 정동영이 아니라 문국현과 유시민을 도왔다. 친노 성향 청와대 행정관 2명(김태환과 조수정)이 주한미국대사관 정무 직원를 만나 실토한 내용이다 :

(기밀) 청와대 두 연락선(정보원)은 노무현 정부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지원에 별로 열의가 없다고 인정하였다. 대신에 노무현 지지자들은 무소속 문국현 후보를 위해 뛰고 있거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2012년 선거 캠페인이 이미 시작되었다고 두 사람은 말하였다. 영남지방 노사모 조직의 회장이었던 현 청와대 행정관 김태환은 노무현 추종자들은 “모두 자기 갈 길을 갔다”며 “누구도 자발적으로 정동영 캠프에 합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야당 한나라당 후보인 이명박의 당선을 피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 위키리크스 07SEOUL3224 )

김태환은 고향의 동료 노무현 지지자들을 향해 “좋을 대로 이명박에게 투표하라고” 자신이 말했지만, 노무현과 김대중이 한국을 위해 지난 10년간 무엇을 했는지 분명하게 기억하라고 말했다고 했다.

( 위키리크스 07SEOUL3525 )


정리하자면, 노무현이 손수 저격한 반 이명박 인사는
1. 정동영
2. 고건
3. 정운찬
4. 손학규
5. 기사에 언급되지 않았지만 노무현은 김근태도 저격했다.

그리고 막상 정동영이 후보가 되자, 친노 진영은 문국현을 도와 표를 분산시켰다. 어차피 문국현과 유시민 지지는 정식으로 후보가 된 정동영을 지지하지 않기 위한 구실이자 알리바이일 뿐이다. 단결을 위해 친노에 비판적인 정동영을 돕느니 차라리 친노가 계속 야권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적전 분열을 선택한 것이다.

심지어 정동영을 찍느니 이명박을 찍었다. 노무현 가족의 범죄는 "생계형 범죄"라고 할 정도로 맹목적인 노무현 추종자인 조기숙이 한 말이니 틀림 없을 것이다.

노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정동영 후보(각각 22%, 23%)보다는 이명박 후보(26%, 30%)에게 표를 더 던졌다(앞의 수치는 R&R조사, 뒤의 수치는 내일신문 조사).

( 노무현 때문에 이명박 당선? '최장집 사단' 증거 있나, 오마이뉴스, 2009-10-20)


이게 분열 책동이 아니라면 세상에 분열 책동은 없다. 열린우리당 창당 과정이나 유시민의 정당 파괴사를 보면 누가 진정한 분열 세력인지 분명하게 보인다.

이제 곰곰이 돌이켜 보자. 정동영, 고건, 정운찬, 손학규, 김근태가 정말 이명박과 한나라당보다 더 못한가?
그 누구라도 이명박과 한나라당 보다는 낫지 않는가?
그렇다면 노무현의 발목잡기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었나.

이 글에서 노무현과 이명박 사이에 밀약이 있었다는 의혹까지 거론하고 싶지는 않다. 이미 여러번 기사화된 내용이나 노무현의 무능은 비판하더라도 노무현의 진정성까지 의심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는 나를 위해서다. 내가 절망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다.


2. 적전분열이 아니라 껍질 깨기

적전분열: 우리 역량을 약화시키는 이적행위
내부경쟁: 우리 역량을 강화시키는 자강행위
선수교체: 우리가 이기기 위해 시도하는 전략행위.
껍질깨기: 내부경쟁과 선수교체를 막는 권력구조를 극복하려는 창조적 파괴행위.

한 때 배아를 보호하던 껍질은 어느 시점을 지나면 배아를 가둔 감옥 벽으로 변한다. 이때가 벽을 깨고 태어나야할 시점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껍질 속에서 껍질 때문에 죽게 된다. 나를 보호하던 껍질이 나를 죽이는 것이다. 껍질은 껍질이 아니라 알을 위해서 존재한다. 껍질이 껍질만을 위한다면 그런 껍질은 존재할 가치가 없다. 마찬가지로 친노만을 위하는 친노는 야권을 억압하는 권력구조, 야권을 옭아매는 질곡이자 야권의 성장을 가로막는 껍질에 불과하다.

지금 같은 패배주의는 구한말, 혹은 일제강점기에나 있을 법한 것이다. 4.19 혁명, 5.18 운동, 6.10 항쟁, 1997 대선, 2002 대선, 원래 우리는 강했고 차곡차곡 한 걸음씩 악착같이 이겨왔었다. 우리에겐 승자의 자질이 있었고, 승리가 우리의 본질이자 정체성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 믿음이 있기에 학습하고, 연대하고, 싸우고, 희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승리의 패턴, 선순환의 흐름은 친노를 만나면서 꺾여버렸다. 친노와 함께 우리가 경험했던 건 패배와 절망과 배신감뿐이었다.

몇 번을 복기하고 다시 검토해도 같은 결론에 이른다. 바로 그렇기에 지금 우리가 타도해야할 가장 시급한 적은 새누리당이나 박근혜가 아니라 친노인 것이다. 이는 나만의 생각이 아니다. 이제 상식이 되었다. 그래서 관악에서 새누리당 오신환이 당선된 것이고 광주에서 무소속 천정배가 당선된 것이다. 친노라는 껍질 속에서 서서히 죽어 가느니, 차라리 껍질을 파괴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서서히 죽어왔다. 친노의 한계와 해악을 잘 알면서도 친노가 가진 조직과 자금에 의지하려 했다. 친노가 가진 힘은 충분히 유혹적이었고 그 효능은 중독적이었다. 그 힘에 의지하는 동안 우리는 마치 마약 중독자처럼 약해지고 무기력해졌다. 그렇게 패배에 익숙해져 패배주의를 체화했다. 한때 우리에게 유용했던 친노는 이제 우리를 가두는 벽, 한계, 함정이 되어버렸다. 우리가 이기려면, 아니 죽지 않으려면 친노라는 껍질부터 깨야 한다.

상자 속의 식물은 상자의 크기만큼만 자란다. 이젠 친노라는 한계, 혹은 덮개를 던져버리고 탁 트인 하늘을 바라보며 거대한 숨 쉬어야 한다. 더 크고 강하게 자라야한다. 다시 희망을 얘기해야 한다. 다시 승리의 경험을 쌓아가야 한다.

일을 망치지 않으려면 리더십(leadership) 만큼 팔로우십(followship)도 중요하다. 패배자는 자기 실력과 한계를 정확히 인식하고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 리더로서 승리를 가져올 능력이 없다면 다른 사람에게 리더를 선양해야 한다. 미국 민주당의 앨 고어가 대선출마를 포기하고 팔로워로 내려섰던 것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이긴다. 친노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이긴다. 반역과 독재와 탐욕의 코드를 공유하는 괴물들에게서.

친노라는 껍질이 깨어지고 있는 즈음에서, 희망으로 가슴이 약간 부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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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나인테일 2015/11/19 18:44 # 답글

    친노가 사라지면 그 자리엔 NL을 위시한 데모꾼 집단, 전라도 난닝구들만 남습니다. 걔네들보다는 그래도 친노가 낫네요. 친노가 괜히 패권을 갖는게 아니죠. 대안이 없어요.
  • 근성 2015/11/22 20:10 # 삭제

    한심한 인간
  • 알토리아 2015/11/20 02:02 # 답글

    친노와 호남의 대립은 이미 노무현 정권 때부터 극심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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