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처세술: 승부수 1/n

일이관지(一以貫之)라고 했던가, 때로는 짧은 하나의 키워드가 어떤 사람의 인생을 통째로 꿰뚫는 경우가 있다. 

노무현을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는 바로 "승부사"다. 이 승부사의 의미는 문제가 발생하고 역경이 닥치면 승부수를 띄어 돌파한다는 의미이다. 이 승부수엔 땡강, 깽판, 자해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실제로 노무현은 대통령이 되기 전엔 반찬이 마음에 안 들면 밥상을 엎어버렸고, 젖은 발로 이불을 밟고 다녔으며, 대통령이 된 이후엔, 재신임, 대연정 등의 승부수를 띄웠다. 

노무현은 그런 사람이다. 이런 노무현의 습성을 알아야 노무현의 자살도 이해할 수 있다. 자살은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노무현이 선택한 승부수였던 것이다. 즉 노무현은 이명박 정권에 의해 자살로 내몰린 것이 아니라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 스스로 자살을 선택한 것이다. 실제로 자살 이후 노무현은 복권되었고 "폐족"이라 자학하던 친노진영은 화려하게 재기하는 데 성공했다.

다음은 노무현이 생전에 <오마이뉴스> 오연호와에게 들려준 것으로, 노무현이 생각하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한 요인이다.

(...전략) 퇴임을 앞둔 대통령 노무현은 부드러우면서도 강했던, 그래서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은 링컨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대통령이 되기 전인 2001년 11월 펴낸 <노무현이 만난 링컨>(학고재)에서 그는 링컨을 "낮은 사람이, 겸손한 권력으로, 강한 나라를 만든 전형을 창출한" 대통령으로 적었다. 

인터뷰에서 그는 링컨의 성공이유를 이렇게 분석했다.

"링컨이 성공한 대통령이 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요. 첫째는 국가적 통합을 이뤄냈지요. 전쟁까지 감수하는 단호함을 보이면서도 결국 국가적 통합을 이루어냈습니다. 두 번째는 노예해방을 이뤄내 그것이 이후에 보편적인 가치로 계속 자리 잡게 되면서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었지요. 세 번째로는, 그분의 인간성이 정직하고 소박해서 그것이 지금까지 칭송되고 있는 거지요."

노 대통령은 덧붙였다.
"그 다음에 또 하나 성공 요인은....."

대통령 노무현이 링컨의 성공요인에 대해 마지막으로 언급한 것은, 솔직히 말해 당시 인터뷰에서는 반쯤은 농담처럼 받아들였다.

"또 하나의 성공 요인은 죽어버렸다는 거죠."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를 비롯한 <오마이뉴스> 취재팀과 배석한 비서들은 가벼운 웃음을 터트렸다.

"죽어 버렸거든. 골치 아픈 거 해결해야 될 때는 죽어버렸거든. 전쟁으로 한쪽을 패배시키는 것은 쉽지만, 패배한 상대를 끌어안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습니까? 그거 성공할 수 없습니다. 성공할 수 없을 때 죽어버렸거든."

링컨은 남북전쟁에서 승리(1865년 4월 9일)한지 닷새만에 포드극장에서 남부 출신 배우의 총에 맞아 숨졌다. 링컨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암살당한 대통령이었다. 그리고 노무현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자살한 대통령이다. 


사실 이런 사람 많다. 자기의 의도나 행동이 누군가에 의해 저항을 받거나 자신이 수세에 몰리게 되면 한 술 더 떠서 아예 길바닥에 드러누워 버리고 행패를 부리는 식으로 상황에 대한 주도권을 찾아오는 사람, 흔히 "양아치"라 부르는 꽤나 정형화된 인간 패턴이다. 예를 들자면, 영화 <부당거래>에서 

주 검사가 최철기에 대한 경찰의 내사에 대해 알아봐달라고 하자 [의도]
공 사무관은 관행을 이유로 난색을 표한다. [저항] 
그러자 주 검사는 깽판을 부리며 다시 주도권을 찾아온다. [승부수]

공 사무관: "최철기 반장 관련자료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사를 하다 보니 경찰 쪽에서 최철기 내사를 막 시작했다고 합니다."

주 검사: "내사는 왜? 그것 좀 알아봐줘요." [의도]

공 사무관: "그런데 내사에 관해서는 경찰 쪽에서는 조금 싫어하는 불쾌해하는 심리가 조금 있습니다." [저항]

주 검사: "불쾌해할 게 뭐있어요."

공 사무관: "관계라는 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주 검사: "경찰이 불쾌해한다? 경찰이 불쾌해 하면 안되지. 내가 잘못했네. 내가 큰 실수를 할 뻔했어. 대한민국 검사가 경찰을 아주 불쾌하게 할 뻔했어. 내가 아주 큰 실수를 할 뻔했어. 내가 잘못했어 내가. 경찰들이 불쾌해 할 수 있으니까 일들 하지 마!! 경찰들이 불쾌해 하는 일들 하지 마. 경찰들한테 허락 받구 일해. 내 이야기 똑바로 들어!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줄 알아. 상대방 기분 맞춰주면 일 못해. 알았어?" [승부수]

여기서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유명한 대사가 나온다. 사실 그 대사는 소위 '중 2병'스러운 것으로 그다지 명대사는 아니다. 오히려 그 전의 깽판형 승부사의 처세술을 보여주는 상황묘사가 훨씬 탁월하다.

노무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예컨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 [의도]
아내가 안 해준다. [저항]
밥상을 엎는다. [승부수]

정국을 주도하고 싶다. [의도]
지지율이 엉망이다. [저항]
재신임을 천명한다. [승부수]

이런 승부사적 기질이 바로 노무현을 대통령까지 만들어준 노무현의 무기이고 노무현의 처세술이었다. 노무현은 그렇게 살아왔고 그렇게 죽었다. 한 나라의 대통령까지 지낸 사람의 처신이라고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이 철없고 무책임한 처신에 좋은 의미를 부여할 이유는 없고 그 죽음을 기릴 이유도 없다. 링컨은 살해당함으로써 신화가 되었지만 노무현은 자살함으로써 역사적 판단을 기다릴 것도 없이 명백하게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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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지나가다 2012/07/25 10:23 # 삭제 답글

    좋은 글 놓치기 아까운 글 보고 갑니다
  • aodrksl1 2012/08/20 12:39 # 삭제 답글

    글쓴이...의 관점도 존중하나..
    이분법적인 사고로 한 사람을 평가하는건 모순덩어리일세..
    그런식으로 사람을 평가한다는거 자체가 모순.
    처세술이라...
    처세술은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술법이지.
    행여 글쓴이 당신도.
    이런 말도 안되는 글로 누구에게 다가서든가.. 아님 잘했다고 칭찬받든가...

    한가지 확실한 것은
    당신은 키보드워리어일뿐인거고.. 당신이 싸잡아 말하는 그사람은 일국의 대통령이었단
    변하지 않는 사실이지.
  • shift 2012/12/06 15:21 # 답글

    링컨과 노무현의 차이점.

    링컨은 반대편아새끼한테 피격당해죽었지만

    노무현은 측근 부정부패로 걍 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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