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이 날개를 달아준 영화 이승만 1/n

진중권 "영화 '이승만' 예상되는 명장면은? 뿡"
서세원 "빨갱이들로부터 나라를 지켜야 한다"
2014-02-13 16:35:20

개그맨 출신 서세원 감독이 13일 영화 '건국대통령 이승만'을 제작하겠다고 밝힌 데 대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특유의 일침을 가했다.

진중권 교수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영화 '이승만' 예상되는 명장면. 한강폭파, 4.3 학살 명령, 보도연맹 학살, 사사오입 개헌, 315부정선거. 가끔 깨알 같은 재미. 뿡,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이 전 대통령의 실정을 열거하며 꼬집었다.

하지만 이런 조롱에도 불구하고 서세원 감독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제작보고회를 갖고 "3천만 관객을 동원해야 한다"며 "빨갱이들로부터 나라를 지켜야 한다"며 영화 '변호인'을 겨냥한듯한 발언을 했다.

영화제작사인 애국프로덕션은 더 노골적으로 “최근 영화 ‘변호인’이 천막 관객을 동원했다. 많은 사람이 눈물을 흘리며 그 영화를 봤다고 하는데 그런 영화를 보고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다니 당황스럽다”며 “과거 노무현이 했던 일은 말도 안되는 나라를 망치는 일뿐이었다”고 비난했다.

애국프로덕션은 3천만 명의 후원자를 모아 오는 7~8월에 촬영을 시작하고 내년 8월 개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목사이기도 한 서 감독은 "해외 영화제를 휩쓸 것"이라고 호언하며 "하나님이 해주실 것이라 믿는다. 아카데미 상에 올라가도록 기도하고 달려들어보자"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는 할리우드나 독일 쪽 배우들 중 최고의 여배우를 섭외하고, 맥아더 장군 역시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 하는 배우를 섭외하겠다고 큰소리치기도 했다.

서 감독의 제작 발표회를 접한 진중권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80년대 개그 감각. 웃기려고 한 소리 같은데, 썰렁하네요"라고 깔아뭉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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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영화 변호인은 진보나 보수좌파가 아니라 보수우파에 이로운 영화이다. 하지만 보수우파 진영은 그것만으로도 부족했는지 변호인을 핑계로 이승만 영화를 기획하였다. 이제 우리 사회는 곤란해졌다. 만약 변호인이 없었더라면, 혹은 변호인에 대해 우리 사회가 원칙적인 대응을 했다면, 이승만 영화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할 수 있었다.

왜 이승만의 특정 시기만 편집해 미화하냐고,
왜 없던 사실까지 날조해 끼워넣었냐고,
왜 이승만의 비판받아 마땅한 사건들에 대해선 은폐했냐고.
심지어 마음만 먹으면 영화 제작 자체를 비판하고 방해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변호인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자격을 잃었다. 이미 명분을 잃었다. 변호인을 긍정한 사람은 이제 정론이나 준론에 입각해 이승만 영화를 비판할 수 없다. 뭘 해도 '내가 하면 로맨스-네가 하면 불륜' 식의 진영논리가 될 뿐이니까. 기껏해야 진중권처럼 비아냥거리는 게 할 수 있는 전부다. 아무런 힘도 없고, 영향도 없고, 의미도 없고, 공허하다. 그냥 다 같이 천박해질 뿐이다.

물론 영화는 크게 네 가지 이유로 만듦새에 상관없이 실패할 것이다.
  1. 이승만의 삶은 제아무리 짜깁기해도 서사적으로 극적이지 않다. 사건 몇 개 날조해 끼워넣어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2. 노무현의 과오를 이해하려면 배경지식이 필요하나 이승만의 과오는 누가봐도 명백하게 악랄하고 협오스럽다. 이런 인물을 미화하면 당연히 역풍이 분다. 박근혜가 박정희의 잘못을 덮으려다 지지율 폭락했던 사건을 떠올리면 된다.  
  3. 제작진은 이념논쟁을 벌이며 영화 제작 이전부터 대중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이런 영화 대중은 피곤해서 안 본다.
  4. 제작자와 감독이 비호감이다. 하는 말부터 행동까지.
하지만 영화가 실패한다고 해서 그게 원칙과 상식이 실현된 것은 아니다. 정의가 이긴 것도 아니다. 그저 시장경제 원칙에 따라 재미와 감동이 덜한 영화가 도태된 것뿐이다. 우리는 현상을 주도하는 시민의 자격을 잃고 현상의 일부분으로 전락하였다. 주체는 소외되었다.

덧글

  • 김상 2014/02/25 14:58 # 삭제 답글

    좋다. 마지막 두 줄 잘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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